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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의 후기/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조예은 <칵테일, 러브, 좀비>

by 신라면 2024. 11. 7.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소식을 접하고 꽤 오랫동안 놓았던 독서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처음엔 바로 한강 작가의 책을 구하려고 했지만 모두 간만의 좋은 소식에 독서를 시작한 듯 한강 작가의 책은 품절 대란이 일어났고...

생각을 바꿔서, 바로 본격 소설을 읽는 것보단 단편집을 통해 머릿속을 살짝 환기시키는게 더 좋을 것 같아 추천글을 많이 보았던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를 읽어보려고 했다.

 

가볍게 도서관에 가서 빌려보려고 했다. 그런데 아니? 집 근처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칵러좀 두 권이 모두 대여중인게 아닌가?

그것도 얼마전에 빌려가서 반납예정일이 한참이나 남아있었다.

한강 작가의 영향력이 독서 문화 전반으로 퍼진걸까, 그렇다면 좋은 현상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오랜만에 마음먹은 이 독서 욕구를 그냥 놓쳐버리고 싶진 않아서 어쩌지, 하고 동반자에게 얘기했더니 자기네 도서관에도 있다고 빌려오겠단다. 이쪽 루트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가 생각지도 못한 행운에 신나서 멋진 카페에서 공들여 읽었다.

 

총 네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지막 이야기가 가장 여운이 남았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인데, 마지막에 어머니가 살해당하며 칼을 기억해내고 그 때 그 괴한을 떠올리며, 본인이 무서워하며 외면했던 자식의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고 쓰러지는, 죽어가며 그 괴한의 존재를 이해하는 그 장면이 정말 훌륭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타임리프 소재물을 보면 가끔 결말이 너무 복잡해서 이해가 안 가거나 납득이 안 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작가의 실력이 좋은지 아니면 단편이라서 복잡하게 꼴 필요가 없어서 그랬는지 두 개의 타임리프를 엮으면서도 깔끔하게 이야기가 떨어져서 너무 좋았다.

그래서 다음 날에도 결말의 쓰러진 어머니의 시선이 계속 생각이 났다. 초밥을 사서 돌아오는 아들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을... 마지막 장에 적힌 어머니의 독백이 여러번 읽을만큼 좋았는데 어디 옮겨 적어둘걸. 생각만 하다가 반납해버렸다.

 

앞의 세 이야기는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습작같은 느낌이라? 별로 그렇게 임팩트는 다가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