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근처에서 저녁먹기! - 화목순대국
이 날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을 볼 일이 있어서 근처에 저녁 먹을 곳을 찾았다. 외국 뮤지컬을 볼 예정이라 (캣츠였음) 양식을 먹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얼큰한 한식이 너무나 당기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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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대국을 먹으러 간 날에 본 뮤지컬이 바로 캣츠였다.
그렇게 공연을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라 세종문화회관에 정말 오랜만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얼마나 오랜만이냐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기억이 대학교 때 친구랑 아이리쉬 탭댄스를 보러 갔을 때다.
돈 없는 대학생 때니까 표를 산 것은 아니었고, 당시 친구를 좋아하던 선배가 친구에게 표를 얻어 주었고 (근처에서 본인의 알바가 끝나면 데이트를 하겠다는 목적이었던 듯)
친구는 룰루랄라 나를 데리고 세종문화회관에 공연을 보러 갔다는 이야기.
셋이서 함께 - 그러나 난 동떨어져서 - 덕수궁 돌담길을 걷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건물 앞은 지나갔지만 들어오는 건 또 너무 오랜만이라 사진도 찍어봤다.
사람도 꽤 있었고 다들 저 CATS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줄이 길었다.
그래서 나는 찍지 않음.
난 공연을 보러 갈 때 최소한의 정보만 얻고 가는 편인데, 예를 들자면
이런 식으로 아래에 적혀있는 환상적인 축제... 정도만 알고 가는 편이다.
괜히 더 찾아보다가 스포 당하기도 일쑤고 공연이 정말 잘 짜여졌다면 보면서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캣츠는 진짜 과장해서 아무 내용이 없었다.
주인공이 너무 많았다! 고양이들 소개하는데만 절반 넘게 허비하니 내용 전개라고는 있을 수가 없음.
게다가 고양이들을 단체로 소개하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씩 단독 무대를 줘 가면서 소개를 한다.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들 생각을 했지?
그러니까 동생이 그랬다. 그래서 망한 거 아닐까.
중간에 Memory라는 유명한 노래가 나오는데 초반에 외면당하는 듯한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노래였다.
그 노래만 좋았다. 사실 그 고양이를 중심으로 뭔가 이야기가 풀어가나 싶었지만(계속 기다림) 그냥 마지막쯤에 다시 등장해서 좋은 노래 부르고 하늘로 올라간다.
무대를 앞까지 빼서 넓게 쓰는 것 같았는데 2층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2층에서 보면 대략 이런 느낌이다.
타원이 무대고 네모만큼 확장되어 있는데 2층 관객석에 가려 회색만큼은 보이지 않는다.
근데 네모 공간은 주인공 고양이들이 가는 곳은 아니고, 중간중간 댄서들이 많이 나올 때 앞에 가서 고양이 흉내도 내고 그런 모양이다.
앞쪽으로 댄서들이 갈 때마다 1층에서는 환호 소리가 들렸고 내 앞에 앉은 사람은 궁금한지 그때마다 허리를 잔뜩 앞으로 숙였다. 그런다고 보일리가...
그의 그런 행동은 그냥 내 무대 시야만 가렸다.
세종문화회관의 좌석배열이 꽤 괜찮다고 느낀 게, 이렇게 멀리 있어도 무대 시야가 확보가 됐다.
의자 사이사이로 뒷좌석을 배치했는데 그냥 앞 두 좌석 가운데에 뒷좌석을 둔 게 아니라 미묘하게 좌우로 옮겨서 시야확보가 좀 더 용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 시야는 모든 사람이 바른 자세로 앉아있을 때만 확보가 된다.
이번에 캣츠를 보며 반성했다. 시체관람 문화가 오타쿠들의 유난이 아니었구나.
난 이제부터 시체관람을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
시야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1부에서는 팔걸이에 고개를 받치고 (아마도 졸았던 듯 나도 졸렸음) 보느라 저런 식으로 무대를 가리고
앞의 확장된 무대로 고양이들이 뛰어가면 어떻게 보겠다는진 알 수 없지만 허리를 앞으로 쭉 빼느라 무대를 가리고
커튼콜 때는 무슨 생각인지 내내 앞으로 숙이고 있길래 어쩔 수 없이 툭툭쳐서 불렀다.
나도 사진 찍고 싶으니까!
이거 말고도 진짜 크리티컬한 거 있었는데 1부에서 지루하니까 2층 앞쪽에 앉은 사람이 갑자기 기지개 핌..ㅋㅋㅋ
진심ㅋㅋㅋ 너무 잘 보였다 내가 그린 저 정도 위치에서 갑자기 팔을 위로 쭉 뻗더니 본인이 고양이가 된 듯 기지개를 폈다.
진짜 너무 깜짝 놀라서 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했음.
여튼 몰입이란 게 진짜 중요한 게 여러가지가 방해해서 집중이 안 되니까 옆에 앉은 아저씨가 오래 앉아있기 힘든지 들썩이는 것까지 다 느껴졌다. 그리고 내 쪽 쳐다보는 것도 느껴짐.
어쨌든 그 유명한 캣츠,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궁금했는데 드디어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