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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의 후기/뮤지컬, 연극 등 공연

관크에 깜짝 놀라다, 세종문화회관 2층에서 관람한 뮤지컬 캣츠

by 신라면 2023. 5. 6.

세종문화회관 근처에서 저녁 먹기! - 화목순대국

 

세종문화회관 근처에서 저녁먹기! - 화목순대국

이 날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을 볼 일이 있어서 근처에 저녁 먹을 곳을 찾았다. 외국 뮤지컬을 볼 예정이라 (캣츠였음) 양식을 먹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얼큰한 한식이 너무나 당기는거임?

envelopeonly.tistory.com

이 순대국을 먹으러 간 날에 본 뮤지컬이 바로 캣츠였다.

 

그렇게 공연을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라 세종문화회관에 정말 오랜만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얼마나 오랜만이냐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기억이 대학교 때 친구랑 아이리쉬 탭댄스를 보러 갔을 때다.

 

돈 없는 대학생 때니까 표를 산 것은 아니었고, 당시 친구를 좋아하던 선배가 친구에게 표를 얻어 주었고 (근처에서 본인의 알바가 끝나면 데이트를 하겠다는 목적이었던 듯)

친구는 룰루랄라 나를 데리고 세종문화회관에 공연을 보러 갔다는 이야기.

셋이서 함께 - 그러나 난 동떨어져서 - 덕수궁 돌담길을 걷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종문화회관 사진
들어가기 전 입구

건물 앞은 지나갔지만 들어오는 건 또 너무 오랜만이라 사진도 찍어봤다.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왼쪽으로 줄을 섰다

사람도 꽤 있었고 다들 저 CATS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줄이 길었다.

그래서 나는 찍지 않음.

 

 

사진찍는 사람들
나름대로 나의 기대감이 서린 사진

 

 

 

난 공연을 보러 갈 때 최소한의 정보만 얻고 가는 편인데, 예를 들자면

캣츠 소개글
오늘 캣츠로 검색해서 나온거 가져옴

이런 식으로 아래에 적혀있는 환상적인 축제... 정도만 알고 가는 편이다.

괜히 더 찾아보다가 스포 당하기도 일쑤고 공연이 정말 잘 짜여졌다면 보면서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캣츠는 진짜 과장해서 아무 내용이 없었다.

주인공이 너무 많았다! 고양이들 소개하는데만 절반 넘게 허비하니 내용 전개라고는 있을 수가 없음.

게다가 고양이들을 단체로 소개하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씩 단독 무대를 줘 가면서 소개를 한다.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들 생각을 했지?

그러니까 동생이 그랬다. 그래서 망한 거 아닐까.

 

중간에 Memory라는 유명한 노래가 나오는데 초반에 외면당하는 듯한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노래였다.

그 노래만 좋았다. 사실 그 고양이를 중심으로 뭔가 이야기가 풀어가나 싶었지만(계속 기다림) 그냥 마지막쯤에 다시 등장해서 좋은 노래 부르고 하늘로 올라간다.

 

 

무대를 앞까지 빼서 넓게 쓰는 것 같았는데 2층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내 시야 그림
내 시야

2층에서 보면 대략 이런 느낌이다.

타원이 무대고 네모만큼 확장되어 있는데 2층 관객석에 가려 회색만큼은 보이지 않는다.

근데 네모 공간은 주인공 고양이들이 가는 곳은 아니고, 중간중간 댄서들이 많이 나올 때 앞에 가서 고양이 흉내도 내고 그런 모양이다.

앞쪽으로 댄서들이 갈 때마다 1층에서는 환호 소리가 들렸고 내 앞에 앉은 사람은 궁금한지 그때마다 허리를 잔뜩 앞으로 숙였다. 그런다고 보일리가...

그의 그런 행동은 그냥 내 무대 시야만 가렸다.

 

 

커튼콜사진
커튼콜 때 찍은 합법적인 사진

세종문화회관의 좌석배열이 꽤 괜찮다고 느낀 게, 이렇게 멀리 있어도 무대 시야가 확보가 됐다.

의자 사이사이로 뒷좌석을 배치했는데 그냥 앞 두 좌석 가운데에 뒷좌석을 둔 게 아니라 미묘하게 좌우로 옮겨서 시야확보가 좀 더 용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 시야는 모든 사람이 바른 자세로 앉아있을 때만 확보가 된다.

이번에 캣츠를 보며 반성했다. 시체관람 문화가 오타쿠들의 유난이 아니었구나.

난 이제부터 시체관람을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

 

 

방해시야방해없는시야
오른쪽이 방해없는 시야

시야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1부에서는 팔걸이에 고개를 받치고 (아마도 졸았던 듯 나도 졸렸음) 보느라 저런 식으로 무대를 가리고

앞의 확장된 무대로 고양이들이 뛰어가면 어떻게 보겠다는진 알 수 없지만 허리를 앞으로 쭉 빼느라 무대를 가리고

커튼콜 때는 무슨 생각인지 내내 앞으로 숙이고 있길래 어쩔 수 없이 툭툭쳐서 불렀다.

나도 사진 찍고 싶으니까!

 

 

이거 말고도 진짜 크리티컬한 거 있었는데 1부에서 지루하니까 2층 앞쪽에 앉은 사람이 갑자기 기지개 핌..ㅋㅋㅋ

기지개피는사람
기지개피는 사람 그려봄

진심ㅋㅋㅋ 너무 잘 보였다 내가 그린 저 정도 위치에서 갑자기 팔을 위로 쭉 뻗더니 본인이 고양이가 된 듯 기지개를 폈다.

진짜 너무 깜짝 놀라서 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했음.

 

여튼 몰입이란 게 진짜 중요한 게 여러가지가 방해해서 집중이 안 되니까 옆에 앉은 아저씨가 오래 앉아있기 힘든지 들썩이는 것까지 다 느껴졌다. 그리고 내 쪽 쳐다보는 것도 느껴짐.

 

 

어쨌든 그 유명한 캣츠,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궁금했는데 드디어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