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인의 향기>를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 목록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저 남자와 젊은 여자의 춤추는 장면이 유명한 건 알고 있을거다.
게다가 영화 제목까지 <여인의 향기>길래 난 퇴역군인을 도와주는 학생이 여학생인줄 알았는데 남학생이었고
영화 내내 여인의 향기는 무슨, 중령이 여자 밝히는 토크 할 때나 쉰냄새 좀 났다.
그 유명한 장면의 탱고를 함께 추는 여인은 영화가 절반이 지나서야 나왔고 그마저도 일회성 인물이라 탱고를 추고 퇴장해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크레딧엔 이름이 네 번째로 등장함.
영화의 마지막은 주인공 학생이 영화 처음부터 고민하던 내용을 해결하면서 마무리된다.
마지막은 무슨 다들 책상에 올라가서 캡틴 캡틴 대신에 중령 중령 외칠법하게 끝맺음 됨.
뭐 이렇게 썼다고 해서 영화가 별로였다 그런건 아니다.
러닝타임이 2시간 반이었는데 요즘같은 숏컨텐츠 시대에도 앉아있게 할 만큼 흡입력 있었고 주인공 학생과 퇴역군인이 유대관계를 쌓아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요즘은 사람들의 집중력을 고려해서 서사를 짧게 쌓거나 마음대로 단축시켜버려서 '어? 얘네들이 이렇게까지 친했나?' 싶은 단계까지 밀고 나가버린다. 그러나 역시 고전은 고전. 처음의 퉁명스럽고 자살까지 생각하던 중령이 찰스와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면서 (처음에 구진 집에 사는 것치곤 돈을 너무 펑펑써서 학생한테 덤터기 씌워버리고 튀는 건 아닌지 좀 걱정했지만) 삶의 큰 의미는 찾지 못했을지라도 좋은 관계를 만들고 미래를 약속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이 여학생이었다면 무슨 비누 썼는지나 맞추고 있었을 테지만...
중령은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만나는 여자들이 어떤 비누를 쓰는지 맞추는 걸 취미삼아(?) 하고 다닌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능력인게, 그냥 순전히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본인이 쓰지도 않는 비누냄새를 브랜드와 향까지 맞추는 것이다. 중령의 언행을 보면 소위 '여자들의 영역'인 화장품을 쓸 사람은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허구한 날 술마시고 담배까지 피우는데 그 정도 후각을 자랑한다면 제2의 직업으로 조향사를 꿈꿔보는 것은 어땠을까? 시력을 잃어 후각이 더 발달할 수도 있다고 본다.
맞춤 수트입고 시가피우는 중령이 만드는 '남성적인' 향수와 '여성적인' 향수라... 가능성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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