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바다를 보면서 독서하고 싶은 마음에 강릉을 가볼까 해서 강릉에 왔다.
전날까지 고민하다가 의외로 강릉을 가고 싶은지 착실히 잠도 잘 자고 일찍 일어나길래 아침에 바로 버스 예약해서 버스 타고 오는 길에 숙소까지 예약 완😊
예전에 지도 앱에 순두부집 하나 저장해놓은게 있어서 내려서 순두부 먹으려고 했는데
아침도 안 먹고 가니 생각보다 배고파서 시내에 위치한 숙소에 바로 짐을 맡기고 시내에서 점심을 먹었다.
숙소는 이 곳.
[감자바우 장칼국수]
장칼국수를 먹고 싶었는데 마침 숙소 인스타를 보니 장칼국수 추천 집을 포스팅해놓은 것이 아닌가?
따로 찾기도 귀찮고 해서 숙소 추천을 한 번 믿어보자, 하고 왔다.
장칼국수 9000원. 계란이 엄청 푸짐하게 들었다.
먹으면서 이 집의 대표가 장칼국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옹심이 전문점에 와서 잘못 시킨 듯...
특이하게 옹심이가 들어가는데 옹심이 메뉴도 따로 있고... 옹심이 모양도 찌그러진 게 수제 옹심이다.
장칼국수는 고추장의 튀는 짠맛이 면이 들어가면서 전분기로 어느정도 잡혀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없이 짠 맛이 튀어서 솔직히 별로였다. 그리고 칼국수 면도 내 입맛엔 별로였음.
이때부터 숙소 인스타와 거리를 두기로 했다.
[바로방]
감자바우 가는 길에 도너츠 튀기는 냄새가 너무 고소해서 눈여겨봤는데 칼국수를 남겨서 간식을 하나 샀다.
사전 지식이 없어서 "뭐가 제일 잘 나가요?" 하니 야채빵이랑 소보로가 잘 나간다고 해서 야채빵으로 하나 샀다.
바로 안 먹고 바다 갈 때까지 묵혀뒀다 먹어서 그런가... 그냥 평범쓰. 야채도 듬뿍 들어있기보단 어딘가 빵이 덜 잘려서 그만큼 덜 넣은 느낌으로 들어가 있다. 고로케나 찹쌀도나쓰가 사실은 끌렸는데... 다음부턴 마음의 소리에 진실해져야지.
이번 여행의 컨셉은 뚜벅이라 최대한 택시를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1박 하는 동안 딱 1번 탔다)
시내에 내려서 밥도 먹고 빵도 샀는데 강문해변에 가려고 버스를 타니 환승이라고 뜨는 게 아닌가?
1시간 이내면 환승이 된다고 한다.
[꾸옥]
강문해변의 작은 카페.
옥수수크림라떼와 옥수수푸딩이 맛있다고 했는데 혼자라서 라떼만 하나 테이크아웃해서 나갔다.
협소해 보이지만 생각보다는 좌석이 몇 테이블 있었다. 못 앉아도 코너만 돌면 벤치랑 있어서 나가서 먹어도 될 듯.
위에 올라간 옥수수크림이 맛있었다. 크림 다 먹으면 평범 라떼 된다.
먹으면서 강문 해변 산책하기.
경포까지 올라가는 동안 마음에 드는 카페를 못 찾았는데 비는 한 두 방울 떨어지고 해서 경포호 뷰가 예쁜 카페에 급히 앉았다. 여긴 어딘지 안 쓸 거다.
키오스크 둔 가게치고 맛있는 데가 없는데 키오스크 보자마자 뒤돌아서 나갈걸... 비 올까 봐 그냥 들어간 게 패착이었다.
음료 진짜 한 입(맛보고) 한 입(진짜 이런 맛이라고?) 먹고 그대로 다 남겼다.
경포호에 플래카드가 많이 걸려 있었다. 경포호에 분수를 설치하고 싶은 건가?
뭔가 이슈가 있나 보다.
사실 이쯤부터 숙박을 예약한 걸 후회하기 시작했다. 바다도 봤고 (독서는 못했지만) 별 목적이 없어서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생각보다 많은 걸 한 것 같은데 이때 시간이 2-3시 밖에 안 됐다. 그럼 6시 차 타고 집에 가도 되는데...
하지만 숙박을 했기 때문에 다음 날 안목해변에서 본래 목적에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비쥬포포]
할 게 없어서 소품샵 투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만은 아닌 듯, 해변과 시내에 소품샵으로 검색하니 뜨는 가게가 꽤 많았고...
여기 비쥬포포도 꽤 괜찮았다. 강릉과 전혀 관계없는 토토로를 샀다.
[유리알유희 소품샵]
여기는 일본 캐릭터 모아놓은 소품샵보다 훨씬 로컬스러운 맛이 있었다.
본래 유리 공예 물품을 많이 팔았는지 기본적으로 관련 자체 상품이 많았고, 그 외에도 요즘 애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도 다양하게 갖고 있었다.
또 나는 강릉과 전혀 관계없는, 인센스 스틱을 기념으로 구매했다^^
홀더도 사고 싶었는데, 여기서 파는 홀더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못 샀다.
나는 수직으로 꽂는 것보다 약간 비스듬하게 꽂아서 떨어지는 재를 홀더가 다 받아내는 디자인이 갖고 싶다.
그리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원형보다는 길쭉한 스타일이 좋다.
소품샵도 구경하고 (구매를 하지 않은 곳은 언급하지 않았다) 약간 이른 저녁을 먹고 숙소가 있는 시내 쪽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니? 가려고 했던 순두부집이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 있는 게 아닌가...
그때가 4시 ~ 4시 반 정도였는데 5시까지 기다리기도 애매하고... 순두부는 시내 말고 여기서 먹고 싶고...
그래서 그냥 근처에 열린 집으로 갔다.
[농촌 순두부]
원래는 조금 시간을 죽이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웬 차가 이 가게 앞에 주차하길래 나도 따라 들어와 봤다.
여긴 얼큰 전골이 유명한 것 같은데 혼자 시킬 수 있는 메뉴는 순두부 백반밖에 없었다.
근데 어차피 난 순두부를 먹을 예정이어서 상관없었다.
순두부는 간장 양념을 쓰지 않아도 간간했다. 양념 옆에 비지국인가 저건 더 간간해서 밥 한 술 넣어서 같이 떠먹으니까 맛있었다. 반찬도 소박해서 두부랑 잘 어울렸다.
밥을 먹고는 다시 시내로 돌아가려고 버스를 찾는데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
고민하다가 택시를 탔다. 그런데 정말 멋진 택시 아저씨를 만남.
카카오택시로 찍었을 때 예상 도착 시간이 만 원이 넘었는데 아저씨가 딱 오시더니 시내 가는 길 지금 막힌다고, 자기가 아는 길로 가면 안 되겠냐고 하는 거임? 그래서 네네 했지.
아저씨 수동 스틱운전 덜걱덜걱 하시면서 다른 길로 날듯이 달려가지곤 8천 원대에 요금 끝내셨다 ㅋ 게다가 친절하시기까지 ㅋ 인사도 아주 젠틀하게 해 주심 ㅋ 이 시대에 몇 없는 참기사님이다.
[그리다 유리알유희]
밥을 먹고는 숙소에 잠시 쉬었다가 늦게까지 여는 시내의 편집샵을 구경했다.
강문에서 봤던 유리알유희가 또 있어서 들어가 봤는데 물품 구성이 조금 달랐다. 여기는 스티커 종류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나도 다꾸하려고 샀다😊 에잉 귀여워
저녁이 늦어지니 시내에서는 시장에서 먹을 것 사는 거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 숙소는 방에서 취식이 안 돼서 그냥 구경만 하고 일찍 숙소로 들어왔다.
그리고 밤이 되니 사람도 많이 빠지고 걸어 다니기 어쩐지 무서워져서... 차라리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재밌는 일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일찍 잤다. 이것도 다른 의미의 도파민 중독인가?
아예 일찍 일어나서 일출을 볼까 했는데 날이 흐려서 안 보일 것 같아서... 그냥 적당히 7시에 일어났다.
8시 이전에 도착한 안목 해변.
해가 뜬 직후의 붉은 기가 아직 남아있어 예뻤다.
한산하고 조용했다.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바다 보면서 독서하기 목적도 달성.
안목 해변은 강문이나 경포보다 덜 번화한 느낌이 들어 훨씬 좋았다.
그리고 주로 카페가 줄지어 있어서 그런가 덜 시끄러운 느낌이다. 술집이 많으면 간판부터 시끄럽다.
카페 사이로 살짝 보이는, 짜장면이 맛있을 것 같은 안목반점.
방파제 쪽으로 산책하기도 좋게 되어있었다.
아 어쩌지 안목 해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어제부터 여길 왔어야 하는 건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숙소에 돌아와 체크아웃하고 시내를 좀 돌아보았다.
숙소 맞은편에 있던 왠지 맛있어 보이는 고깃집. 두 명이 왔다면 가서 먹어봤을 것 같다.
어젯밤에 지나가다가 본 바. 기개가 상당하다.
밤에 불 켜진 창문으로 슬쩍 보니 길쭉한 나무 테이블(?)이 보이는게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보이는지... 번호자물쇠 하나 달랑 걸어놓은 저 담대함...
혼자는 못 가보겠고 다음에 누구랑 같이 오면 맥주 한 잔 하러 가봐야겠다.
[금학칼국수]
시내에 소품샵 몇 군데가 11시에 연다고 해서 시간 맞춰 갔더니 모두 굳게 잠겨있었다^^
그래서 어제 실패한 장칼국수를 한 번 더 먹으러 옴.
칼국수집도 10시부터 여는데...
그냥 찾아 들어온 건데 생각보다 역사가 있어 보였다.
여기 시민이었으면 학생 때부터 찾던 분식집이었을까?
장칼국수 8000원. 때깔 너무 좋다.
그리고 너무 맛있었다; 미쳤나?
장으로 맛을 낸 국물을 전분기가 부드럽게 싸악 감싸줘서 걸쭉한 국물이랑 부들부들한 면발이 술술 들어갔다;;
간은 너무 세지도 않고 좋은데 김치 올려먹어도 좋았다... 완전 집밥 칼국수 같은 느낌.
이때 편집샵 시간 때문에 점심을 11시에 일찍 먹은 거라 전혀전혀 배고프지 않았는데 (8시에 소금빵하나 10시에 요거트볼 먹음)
맛있어서 그냥 다 먹었다. 그냥 막 술술 넘어가서 이게 양이 적었던 건지 내가 많이 먹은 건지 모르겠다.
나가는 길에 문을 보니
블루리본이 가득했다. 운 좋게 웨이팅 안 하고 평일에 찾아와서 먹었네.
생각지도 못하게 맛있는 장칼국수를 먹어서 '소품샵 제시간에 안 열기? 오히려 좋아~' 이러면서 다시 갔는데
11:40분에 가도 11시에 연다던 소품샵 집들은 다 닫혀있었다.
배부르고 화난 나는 그냥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걸어서 가면서 소화나 시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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