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 북부에 살지만 양주에 있는 서정대학교에서 시험을 쳤는데,
그 이유는 제과기능사도 그렇지만 제빵기능사 또한 준비물을 바리바리 들고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서울 내에 있는 시험장은 거의 주차가 불가한 곳이 많은데 서정대학교는 주차가 가능하다.
그래서 차에 준비물을 쏙 실어서 갈 생각으로... 방학이라 그런지 주차 자리도 많았다.
시험을 접수하면 수험표와 함께 응시생이 들고 갈 수 있는 준비물 목록을 쭉 보여주는데
목록은 아래와 같다.
나는 목록 중에서는
커터칼, 스텐자, 붓, 행주3개, 오븐장갑, 스크래퍼, 고무주걱, 나무주걱, 짤주머니, 분무기, 온도계, 가위, 볼펜
을 챙겼고 그 외로는
종이컵, 종이국그릇, 일회용 숟가락, 김장봉투, 스카치테이프, 쓰레기담을 봉투
를 챙겼다.
그런데 시험장에 의외로 구비된 물품이 많아서 일부는 안 챙겨도 될 뻔했다.
목록에서 챙긴 것 중에 붓, 오븐장갑, 스크래퍼, 고무주걱(알뜰주걱)은 자리에 있는 선반에 다 들어있었고
심지어 필수지참이라고 적혀있는 짤주머니도 일회용을 나눠주었다. (나는 밤식빵이 시험이었다)
목록 외에서 챙긴 것 중에 김장봉투는 반죽 덮는 용도로 쓴다고 해서 챙겨 왔는데 자리마다 비닐이 하나씩 다 있었고 주어진 비닐도 쓸만해서 꺼낼 일이 없었다.
그런데 종이컵, 종이국그릇, 일회용숟가락은 정말 유용했다! 계량 시에 쓰는데 많이 담아와서 일회용 숟가락으로 덜어내 종이컵이나 종이국그릇에 덜어두고 나중 정리시간에 다시 재료를 가져다 놓으면 된다.
사람들이 재료를 한꺼번에 많이 담아 올 수 있도록 쟁반을 들고 가라고 조언했는데 안 가져와서 양손으로 하나씩 들고 종종거리니 조금 불편했다. 쟁반 가져가는 거 추천! 물론 없이도 시간 안에 계량은 다 끝낼 수 있었다.
이렇게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해서 개별 자리에 붙여놓을 쓰레기 담는 봉투랑 스카치테이프도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다. 바로 쓰레기를 쏙쏙 버리고 시험이 끝나고 정리할 때 한꺼번에 가져다 버리니 편했다.
기능사 시험은 복장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 수험표에 아래와 같이 안내되어 있다.
나는 전날에 잊을까 봐 미리 귀걸이를 빼두고 잤다.
조리복은 인터넷에 모자랑 앞치마까지 세트로 많이 판다. 대기장소에 짐을 두고 화장실에서 갈아입을 수 있다.
마스크가 의외로 잊어버리기 좋은 품목인 것 같아서 (혹시 누가 안 가져왔으면 나눠주려고) 여러 개 갖고 갔는데 모두 깔끔하게 다 준비하셔서 그럴 일은 없었다.
서정대 시험장은 대략 이렇게 생겼다.
저 자리가 다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번호는 대기장소에서 신분증을 검사하며 랜덤으로 뽑는다.
들어가서 책상을 보니 밤식빵 시험지가 놓여 있었다.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보조 학생이 반죽기와 오븐 사용법을 알려준다.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할 수도 있다.
사용하기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었다. 오븐 작동법은 내가 다녔던 제빵학원이랑 같아서 뭔가 반가웠고 (어렵지 않음)
반죽기는 1단 2단을 버튼을 눌러서 작동하는 종류였다.
학원 반죽기는 단을 바꾸려면 멈췄다가 레버를 옮기고 다시 작동시켜야 되는 그런 종류였는데 이건 중간에 멈춤 없이 그냥 전자식 버튼을 누르면 단이 올라가서 편했다.
반죽기나 발효기나 오븐이나 다 번호가 배정되어 있어서 자기 번호에 맞는 위치에서 작업하면 된다.
재료는 앞뒤로 준비해 주는데 몇 번부터 몇 번은 앞에서, 몇번은 뒤에서 재료를 가져오라고 공지해 준다.
재료 계량 시간을 먼저 주고(밤식빵의 경우 10분), 계량한 것을 검사한 다음 실기 시험(3시간 30분에서 10분을 뺀 3시간 20분)을 시작한다.
계량 시작 전에 계량에 필요한 도구만 먼저 꺼내라고 해서 진짜 딱 그것만 꺼냈는데 행주도 꺼낼 걸 그랬다.
물 가져오다가 흘려서 작업대가 흥건했는데 닦을 게 없어서 그냥 그렇게 있었다...
서정대를 선택한 다른 이유 중에 하나, 작업대가 넓다는 평이 있었는데 정말 별로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정도의 크기였다.
다른 시험장에서 쳐 본 경험은 없지만 학원 선생님이 요만한 데서 해야 돼요~ 했던 것보다 넓었다.
계량을 다 하고 시험을 시작하면 얼음을 제공해 줘서 물 온도를 내릴 수 있다. (계량시간 때는 일단 수돗물 받아둔다)
여름이라서 그냥 하면 반죽온도가 너무 올라가니까 대략 7도 정도로 맞췄다. 실내는 28도였다.
반죽 온도 검사받을 때 슬쩍 보니까 26.9도가 나온 것 같았다. 이때까진 정말 순조롭고 좋았는데...
밤식빵 반죽도 빨리 잘됐다. 반죽기가 힘이 좋은지? 유지 넣고 2단으로 돌리기 시작한 지 거의 7분 만에 반죽이 다 완성됐다; 학원에서는 최소 10분은 돌렸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돼서 반신반의하며 윈도우테스트 했는데 진짜 다돼서;; 당황스러웠지만 반죽을 뺐다.
반죽을 발효기에 넣고 뒷정리를 하는데 개수대가 3개라서 이미 자리가 다 차 있었다.
설거지거리를 한쪽에 모아두고 먼저 토핑 계량을 하고 만들어두니 개수대가 비어서 설거지를 했다.
그러고 나니 1차 발효 넣은 지 40분이 지나서 확인해 보러 갔는데 아니...?? 학원에서 1시간 정도 발효한 것 마냥 부풀어 있는 게 아닌가;;;
시험장 발효기가 여러 사람이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니 세게 틀어놓는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진짜 세긴 센가 보다.
꺼내서 잘 동강내서 둥글리기 하고 있으니 보조 학생이 남는 반죽을 거둬갔다.
둥글리기 한 반죽은 그냥 작업대에 둬도 되고 뒤에 준비된 나무판에 올려두어도 된다. 난 나무판에 얹어서 발효실에 넣고 진짜 딱 10분 있다가 꺼내러 갔는데 중간발효 이상으로 발효가 된 것 같았다; 그냥 실온에 둬도 될 듯...
아니 서정대 시험 후기 보는데 누가 에어컨 바람 때문에 중간발효가 잘 안 된 거 같다고 쓴 걸 본 기억이 있어서 발효실에 넣었더니 실수였다; 에어컨 바람은 무슨, 그렇게 시원하게 온도 설정을 해놓지도 않아서 약간 땀 흘리면서 시험을 봤다.
나중에 봤더니 나 빼고 다 실온에서 중간발효 하심.
은근 혼자서 하니까 시간이 충분한 것 같으면서도 부족했다.
전체 시험시간은 발효가 빨라서 그런지 넉넉했는데 (나포함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30분 남기고 다 퇴실함) 발효되는 사이에 뒷정리하고 추가재료 만들어 놓고 하는 게 손이 빠른 편이 아니라 그런지 빡빡했다.
1차 발효 시간에 밤식빵 토핑 계량해서 만들어서 짤주머니 넣어두고 설거지하니까 40분 훅 지나있었고
중간발효 시간에 밤다이스 5등분 해두고 식빵틀 챙겨서 기름 발라두니까 10분 순삭이었다.
어쨌든 중간발효 오버된 반죽 꺼내서 성형하고 다시 발효실에 넣었는데 20분 만에 다됐다.
사실 더 일찍 꺼내도 됐을 듯... 위에 토핑 짜고 아몬드 붙이니까 시간이 많이 걸려서 틀 위로 솟았기 때문이다...
허겁지겁 2차 발효 시작할 때 온도를 맞춰두었던 오븐에 넣고 (이때쯤 오븐 예열해야 된다고 안내도 해주심)
유리문으로 보는데... 지나치게 솟고 옆구리 터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오븐들이 다 붙어 있으니까 다른 사람 작품도 유리문으로 보이는데... 솔직히 내 밤식빵이 제일 못생겼더라.
그걸 보고 결과는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
구워져 나온 밤식빵은 냉판에 담아서 번호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제출하면 퇴실 가능.
못생긴 밤식빵이 자꾸 생각나서 이날 저녁은 아주 맛있는 해물찜을 먹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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