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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타

조계사 불교기본교육 듣다가 환불받고 나온 후기

by 신라면 2024. 7. 14.

올해 초에 친구랑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어 찾다가

둘 다 무교지만 불교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어 같이 불교 기본 교육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엄청 실망하며 그만두었는데 그 직후에 후기를 쓰려다가 그 때 쓰면 너무 감정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묵혀두었다가 지금 쓴다.

 

 

 

1회차

신청자가 100명이 넘는다며 수업에 늦지 않게 참여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최대 인원이 정해진게 아닌지 신청하는 대로 그냥 다 받는 모양? 어쨌든 일찍 가서 좋은 자리에 앉았다.

 

1회차 1교시는 봉사자가 교육 일정을 설명해주었고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대체 왜? 100명이 다 앞에 나와서 자기소개를 해야하는지 모를 일이다.

기억도 못하고 사람이 많아 예정된 시간을 초과했다. 차라리 모둠을 짜서 그 안에서 교류하도록 하면 더 낫지 않았을까?

 

1회차 2교시는 드디어 스님이 들어왔다.

처음에 와서는 한글 반야심경을 같이 읽었다. 반야심경이 원래는 한자로 있었는데 한글화가 이루어지면서 반야심경도 한글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런데 한글로 쓰니 한자보다 없어보이지 않느냐는 요지의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하는지... 어차피 한글로 옮겨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면서... 그럼 그 시간에 무슨 뜻인지 설명이나 해주지 ^^;

그리고는 학사일정에 소개된 '조계사 알아보기'를 곧 할 것 처럼 PPT 표지를 띄워두고서 본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절에 관련된 얘기긴 했지만 '기본교육'을 받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도 있는 불교 얘기나 용어를 섞어가며 본인의 다른 절에서의 경험이나 감상같은, 어쨌든 조계사와는 관련없는 얘기를 계속 했다. 결국 2교시는 PPT를 단 한 장도 넘기지 않았고 학사일정에 소개된 '조계사 전각 및 성보 소개'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들을 수 없었다.

 

 

 

 

1회차가 끝난 후에 계속 들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첫회니까, 두번째까지 들어보자고 친구를 달랬다.

 

2회차는 스님들이 가피순례가 있다고 한 주 뒤로 밀려서 2주만에 다시 조계사를 찾았다.

 

 

 

2회차

1교시는 찬불가 수업이 있었다.

찬불가 수업은 스님이 아니라 약간 나이가 있으신 절의 합창단 쪽 선생님이 오셔서 기본적인 노래를 가르쳐주셨는데 이 분의 수업은 훌륭했다. 수업시간에 다뤄야 하는 내용에 충실했고 학생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노래를 아주 잘 가르쳐 주셨다. 기본교육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수업이다.

 

2교시는 첫 날과 다른 스님이 들어오셔서 수업을 진행하였다. 우리 반 담당인 첫 번째 스님이 사정상 본인에게 부탁하셨다고 한다.

본인이 임시로 들어온 수업이라 그런지 시간 내에 진도를 나가고자 하는 데는 충실하였지만 그의 언행이... 내가 평소에 기대하던 스님의 언행과는 달랐다. 좋게 말하면 친근하게 얘기함 ^^

인도에서 사람들이 슬리퍼 '질질' 끌고 다닌다고 말하기

명상할 때 졸아서 사람들이 침 '질질' 흘린다고 말하기

본인이 뭔가 좋은 얘기해서 사람들이 '아~' 하니까 '바보 도 터지는 소리 나지요?' 라고 말하기

파크골프 잘 친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특히 충격)

 

2교시를 듣고 자리에 맞는 언행이 중요하다고 느껴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종교인은 작은 결함도 없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는 완전해도 그를 따르는 사람은 부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업 후에 외게 하는 <삼귀의>를 보면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마지막 구절을 빼던지 스님이 거룩해지던지 둘 중에 하나는 이루어졌으면하고 바라게 된다.

 

 

 

 

여튼 전반적으로 수업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나름 새 신도를 받는 창구인 교육 프로그램을 직원이 아닌 봉사자로 관리하는 것도 의아했다.

 

봉사자 리더는 회차마다 수업 앞뒤로 안내사항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는데 2회차 때는 우리 기수 반장을 뽑아야 한다며 본인이 반장을 정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원래 여자를 반장으로 뽑지 않고 항상 남자만 반장으로 뽑는데 이번은 여자가 워낙 많으니까 특별히 여자를 뽑는다고 말해서 파크골프 이후 2차 충격이었다.

 

 

 

 

 

이후

가피순례 때문에 미뤄진 수업이 다른 수업으로 대체되는 게 아니라 2회차 저녁에 영화 한 편 보는걸로 대체된다고 해서 친구와 나는 수업을 그만 듣기로 하였고

환불을 문의하니 교육국 담당자에게 연락하라고 하였다.

 

10주 코스에 10만원을 냈고 2회까지 들어서 8만원을 환불받고 불교기본교육 수강을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