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많아졌다.
이번에 고향에 내려갔다오면서 엄마가 장을 담그고 싶다고 했는데 같이 담그는 법을 찾아보다 보니 꽤 재밌어 보였다.
엄마는 설명을 읽다 지쳐서 그냥 사먹겠다고 하길래 그럼 내가 해보겠다고 함.
그래서 천일염이랑 독을 집에서 좀 가져왔다.
열심히 장 담그기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고 머릿속에서 뒤죽박죽된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장 담그는 날
장은 말날이나 손없는날에 담근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뭐 용인지 뭔지 날은 또 피해야 한다고 하는데 음력 달력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헷갈릴 수 있다. 매년마다 사람들이 올려주니 2024년 장 담그는 날 이런 식으로 검색해서 확인하면 편리할 듯.
- 2024년 말날:
1월 7일, 19일, 31일 / 2월(정월장) 12일, 24일 / 3월(이월장) 7일, 19일, 31일 / 4월(삼월장) 12일 24일
- 2024년 손 없는 날:
1월 1일, 10일, 19일, 20일, 29일, 30일
2월 18일, 19일, 28일, 29일
3월 9일, 18일, 19일, 28일, 29일
4월 7일, 8일, 17일, 18일, 27일, 28일
예부터 장 담그는 일이 집안의 중요한 날이라 음력 날짜가 지정되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장은 남에게 주는게 아니라고 한다.
나는 2월의 손 없는 날인 18일에 하려고 한다.
2) 장 담그기 재료, 준비물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항아리에 씻은 메주를 넣고 소금물을 부은 다음 부재료(고추, 숯 등)를 넣어준 후 메주가 떠오르지 않게 잘 조치한 다음 40일에서 60일 사이에 (혹은 70일, 길게는 3개월까지 하기도) 장 가르기를 하면 된다.
첫 3일 이후 이 기간 동안 바람과 햇빛이 통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유리뚜껑으로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항아리뚜껑을 직접 열었다 닫았다 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여기서 소금물의 염도가 중요한데,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계란을 띄워서 100원만큼 떠오르는지, 500원만큼 떠오르는지를 확인하지만 그게 좀 어렵다고 생각되면 염도계를 사면 편리하다.
염도계를 검색하면 디지털 염도계가 많이 나오는데 디지털은 비싸고 장류를 측정하기엔 수치 범위가 낮다.
[보메도]라고 검색하면 물에 띄워서 쓰는 단순한 염도계가 나온다.
사람마다 나는 물 몇 리터에 소금 몇 킬로를 넣어요~라고 하지만 천일염을 사용한다면 같은 양의 소금이라도 염도가 다를 수 있다. 이때 염도계로 원하는 염도를 맞춰주는 것이 좋다. 실수로 싱겁게 담근다면 자칫 상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으로는 서울지방은 17도, 남부지방은 20도 정도라고 하는데 또 그중에서도 더 더운 남부지방에 있는지, 혹은 남부지방이라도 산 밑에 있어서 시원한지 등등 본인 지역의 기후를 고려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정월장(날씨가 시원)을 담는지, 그 후에 2월이나 3월에 담는지(기온이 올라감) 등을 고려해서 또 달라지는 것 같다.
나는 서울에 살지만 처음이니 걱정되기도 하고, 보통 일반적으로 18도로 담그는 것 같기에 염도를 18도에 맞추어 담으려고 한다.
참고로 천일염은 불순물이 많기 때문에 천일염을 사용한다면 하루 전날 미리 녹여서 가라앉혀주는 것이 좋다. 아! 이게 귀찮아서 원래 장 담그는 용으로 나온 소금을 따로 사려고 했는데 엄마가 집에 천일염 사놨다면서 줬다. 간수도 덜 빠진 것 같다.
부재료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사용한다.
반드시 들어가는 재료는 숯과 고추이고 그 외에 많은 사람들이 또 넣는 재료는 대추이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깨가 들어가거나 다시마, 황태 등을 넣는 경우도 보았다.
그러나 숯과 고추, 대추 이외의 재료를 사용했을 때 부재료로 인해 곰팡이 문제를 겪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 나는 숯과 고추만 사용하려고 한다. 대추는 마침 갖고 있는 게 없어서 그냥 귀찮아서 안 쓰려고 한다 ^^
항아리를 쓰기 전에 깨끗이 소독을 하는데,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지푸라기를 태워 넣어 항아리를 뜨겁게 소독한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하기도 힘들고... 해서 적당히 깨끗하게 씻을 계획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뜨거운 물이나 식초 혹은 소주 등의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오래된 항아리는 자칫 불소독을 잘못했다가는 깨질 수 있다고 하니 주의하자. 항아리를 판매하는 사이트에서도 불소독은 갑작스러운 뒤틀림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하여 권장하지 않고 있다.
장을 담그고 메주가 소금물 위로 뜨면 안 된다.
처음에 장을 담그고 3일 정도 뚜껑을 덮어 두었다가 햇볕을 쪼여주기 시작하는데 메주가 소금물에 들어가지 않고 위에 둥둥 떠있으면 떠있는 부분에 좋지 않은 곰팡이가 슨다고 한다. 나중에 메주를 꺼내서 가를 때 검은곰팡이가 생겨서 버려야 하는 부분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그전에 아예 상해서 못쓰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때 메주를 누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보통 대나무인데, 길게 쪼갠 대나무(누름대나무)를 휘어서 메주가 올라가지 않도록 항아리에 세 개 정도 걸쳐주면 된다. 대나무를 사용하는 이유는 잘 휘어서, 그리고 장물을 많이 흡수하지 않아서라고 들었다.
대나무가 없는 경우는 누름돌을 사용하거나 채반 같은 것을 엎어 돌을 얹기도 하는데 메주를 너무 많이 덮어 물속의 메주가 햇빛을 쬐지 못했을 때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문제없이 한 사람도 많다)
나는 엄마아빠가 대나무를 베어줬다 ^^ 누름대나무라고 검색하면 대나무를 너무 비싸게 팔고 있기 때문에... 아빠가 적당한 곳에서 베어서 택배로 보내줬다 키키
장 가르기를 하는 날에 따라 된장이 맛있고 간장이 맛있고 하는데,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에 들어있는 메주가 물을 충분히 머금었을 때 빼내는 것이다. 안까지 촉촉하게 먹지 못했으면 된장을 치댈 때 힘들 것이고, 너무 물을 많이 먹었다면 메주를 뺄 때 부서져서 장물이 탁해진다.
그리고 날이 시원할 때 담았으면 발효가 더뎌 장을 담고 있는 기간이 늘어나고 더울 때 담았으면 장가르기를 비교적 빠르게 해야 한다고 한다. 내려오는 방식으로는 진달래꽃이 필 때 장을 가르면 시기가 얼추 맞다고 한다.
3) 장가르기
장을 가르는 것은 2번에서 담근 장을 된장과 간장으로 가르는 것이다. 으깬 메주는 된장이 되고 장물은 간장이 된다.
장을 담글 때 18도로 소금물 농도를 맞춰 담았다면 이 단계에서 장물이 21도 정도 된다고 한다.
3-1) 된장
여기서 사람들의 의견이 많이 갈리는 것은 된장을 만들 때이다.
메주를 건져서 뭉쳐진 곳 없이 손으로 곱게 치댄 다음 간장(장물)을 부어 치덕치덕하게 만들어 항아리에 담고 발효하는데,
첫 번째, 간장 말고 물이나 소금물을 넣는 경우가 있다.
된장의 농도를 맞출 때 항아리에 오래 들어가 있어야 하므로 마르는 것까지 고려해서 우리가 먹는 된장보다 질게 맞추는데, 이때 일반적으로는 간장을 넣지만 본인은 물이나 소금물, 혹은 물 반 간장 반을 넣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된장 염도가 일정 수준으로 맞춰진다면 상하지 않을 것 같기에 소금물은 일단 괜찮을 것 같다. (된장이 싱거울 때 소금물로 맞추라는 사람도 있다) 물 반 간장 반은 또 어느 정도 상황에 따라 맞춰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물은 조금 의심스러운데 실제로 물을 사용하는 영상을 보았더니 물을 넣고 된장을 만든 다음 바로 김치통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버렸다. 그러면 상할 일이 없겠지... 나는 냉장고에 넣을 것이 아니고 항아리에서 발효시킬 예정이므로 장물을 넣어서 된장을 만들려고 한다.
두 번째, 된장을 만들 때 기타 부재료를 넣기도 한다.
순수히 장독에서 꺼낸 메주만을 가지고 된장을 만들기도 하고 메주가루, 고추씨가루, 또 드물지만 삶은 콩, 표고버섯가루, 찹쌀풀 등 다양한 재료를 넣는다.
메주가루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넣는데 넣으면 된장이 늘어나 좋다고 한다. 대신 그만큼 장물을 많이 넣게 되겠지?
고추씨가루는 우리 큰 외숙모도 넣는데 벌레도 잘 안 생긴다고 아주 추천하셨다. 그런 목적으로 넣는 분도 계시고 나중에 된장으로 찌개 같은 걸 끓일 때 양념이 이미 되어 맛있다고 넣는 사람도 있었다.
메주가루와 고추씨가루를 같이 넣기도 하고 둘 중 하나만 넣는 경우도 있다.
기타 다른 재료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안 넣을 생각이다~
세 번째, 항아리에 된장을 담고 위를 무엇으로 덮느냐가 갈린다.
김을 덮기도 하고 다시마를 덮기도 하고 김장비닐을 덮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덮지 않고 소금만 뿌리고 된장 윗면을 말리기도 한다.
김, 다시마, 김장비닐은 모두 된장 윗면을 촉촉이 유지하고 벌레로부터 된장도 지키는 방법인듯하다. 이 모두는 덮은 후 위에 소금을 가득 뿌린다. 모두 비슷하게 좋아 보이는 방법이나 각각의 단점을 꼽아보자면, 김은 나중에 된장이 더러워진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다시마는 나중에 벽에 붙은 걸 떼기가 어렵다고 한다. 김장비닐은 큰 단점은 찾기 힘들지만 자연의 방법이 아닌 '비닐'이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비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인 듯.
된장 윗면을 마르게 하는 건 윗면을 굳혀서 위와 같은 효과를 내는 것 같은데, 이는 직접 배운 사람이 아니면 위험부담이 큰 방법이므로 집안에서 전수받지 않았다면 피하도록 하자.
된장 표면도 이렇게 덮고 입구도 천으로 잘 감싸서 항아리 뚜껑을 덮어둔다. (그리고 파리가 알을 낳진 않는지 잘 감시하자..ㅋ 제발... 구더기 보기 싫어요...)
된장 항아리는 가끔씩 날씨 좋은 날 항아리 내부에 너무 습기가 차지 않도록 한 번씩 열어주면 된다고 한다.
된장은 이렇게 덮고 돌아오는 겨울이 지나서 먹기 시작하는 것 같다. 몇 개월 후에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약간 장인의 기운이 느껴지는 페이지들은 거의 다 된장 담고 8개월,,, 혹은 겨울 지나고,,, 아니면 1년,,, 이런 식이라 다음 음력 설날에 퍼서 맛보면 될 듯하다.
3-2) 간장
간장은 메주 덩어리들을 빼고 남은 물을 잘 걸러 된장과 마찬가지로 항아리에 담는데, 간장은 햇빛에 졸여주면서 익힌다. 매일 해가 나면 뚜껑을 열었다가 밤엔 닫았다가 해도 되지만 유리뚜껑으로도 해결하는 모양.
곰팡이가 생기면 걷어주면서 햇빛으로 잘 졸여주면 여름이 지나고 먹으면 된다고 하는 사람과 최소 1년은 숙성한 후 먹으라는 사람이 있다... ^^ 두 번 다 맛보고 먹을만하면 먹어야지 ^^
관리가 귀찮다면 간장을 끓여서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장 담그는 것에서부터 장 가르기까지 대략적인 설명은 정리한 듯하다.
이후 관리에서 추가될 부분은 가끔 젖은 행주로 항아리 표면을 닦아준다는 것? 그리고 장 항아리는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으면 열지 않는다는 것.
근데 아직도 모르겠는 부분이 있다. 나중에 된장을 먹을 때... 위에 얹은 다시마랑 소금이랑은 다 치우고 먹는 건가...? 아니면 끝에 조금조금씩 열어서 먹나...? 아니면 다 퍼서 냉장고에 넣어야 되나...?
아직 만들지도 않은 된장으로 고민하는 중.
* 2024년 장가르기/장담그기 시리즈
장담그기 편
[장담그기] 손 없는 날에 한 장담그기 !
오늘(18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을 담갔다! 공간이랑 도구가 넉넉하지 않아 며칠 전부터 조금씩 준비하니 장 담그는 날인 오늘은 거의 조립만 하고 금방 끝이 났다. 아파트에 사는 나같
envelopeonly.tistory.com
관리편
[장담그기] 이제 흰 곰팡이를 걷어내도 금방 다시 생기는 시기가 되었다
아침이면 뚜껑 열어 햇빛을 쏘여주고 저녁이면 뚜껑을 닫아 주인인 나보다도 관리가 잘되던 장독 3월 중순이 되어 날씨가 살살 따뜻해지면서 골마지인지 흰곰팡이인지가 생겨서 다시백으로 싹
envelopeonly.tistory.com
장가르기편
[장가르기] 조금 일찍 50일만에 장가르기!
본래 60일에 하지만 날씨도 더워지는 것 같고 돌아오는 주말부터는 좀 바쁠 예정이라 날씨 핑계를 대며 50일 만에 장을 갈랐다. 먼저 메주를 꺼낸다. 안 부서지게 꺼내야 좋은데 불어난 메주에 항
envelopeonly.tistory.com
'취미 이야기 > 건전한 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담그기] 이제 흰 곰팡이를 걷어내도 금방 다시 생기는 시기가 되었다 (1) | 2024.03.31 |
---|---|
[장담그기] 손 없는 날에 한 장담그기 ! (1) | 2024.02.18 |
[바이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구매한 등려군 LP... 생각보다 괜찮다? (0) | 2024.02.03 |
[중국어] 윈도우 중국어 한자 입력과 병음 입력하는 방법 你好 (nǐ hǎo) (0) | 2024.02.01 |
[베이킹] 잘못 보관해서 굳은 머스코바도로 쿠키만들기 (0) | 2023.05.18 |